한국, 2025년 6월 16일 –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그 중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의 예측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연산 능력과 저장 용량의 확대는 불가피하게 전력 소모와 발열 증가를 동반하며, 이를 제어하기 위한 냉각 설비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서버를 식히지 못하면, 기술은 멈춘다
데이터센터의 운영에 있어 '발열 관리'는 단순한 유지보수 차원이 아닌, 시스템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 중 대부분은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AI 관련 데이터가 처리될 때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메모리 등 핵심 부품에서 상당한 발열이 나타난다.
특히 서버의 성능 향상으로 고밀도 서버의 보편화와 GPU 중심의 AI 연산 확산은 단위 면적당 열 발생량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높아졌다. 서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심각하다. 과열로 인한 성능 저하는 물론 장비 손상, 심지어는 전체 시스템 장애로 이어져 서비스 중단 및 데이터 손실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과도한 열에 장시간 노출되는 서버 장비는 수명을 단축되어 교체 시키를 앞당겨지고, 이는 추가적인 투자 비용의 결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센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냉각 시스템이 차지 하고 있기에, 비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은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이는 곧 천문학적인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더욱이 AI의 가속화로 인해 랙당 발열량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의 도입이 필수적인 과제이며,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와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즉, 데이터센터의 ‘발열’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위험’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기술은 디지털 시대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진화하는 냉각 기술: 이제는 선택이 아닌 전략
과거 데이터센터의 냉각은 대부분 공랭 방식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점차 열 밀도가 높아지고, 냉각의 효율성과 에너지 절감 요구가 겹치면서 냉수 방식과 프리쿨링 시스템, 액체 냉각(Liquid cooling) 등 다양한 기술들의 요구 사항이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방식이 변화함에 있어 가속화 시킨 또 하나의 이유로 규모의 대형화와 규격화로 인해, 냉동기와 FWU(Fan Wall Unit)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데이터센터의 설계가 증가함에 있다. 이는 공랭 방식에서 냉수 방식으로의 변화를 주도하였고, 현재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스탠다드 구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냉식 프리쿨링 냉동기(Air-cooled Free-Cooling Chiller)’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냉동기는 외기보다 낮은 온도의 냉수를 만들어, 공기조화기(CRAH)나 열 교환기 등을 통해 열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인버터 제어를 통해 부분 부하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한 고효율 냉동기, 혹은 탄소중립을 고려한 친환경 냉매 적용 냉동기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글로벌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같은 유럽의 일부 공조 장비 제조 기업에서 공급하는 ‘공랭식 프리쿨링 냉동기(Air-cooled Free Cooling Chiller)’는 실외의 낮은 온도의 공기를 활용하는 프리쿨링 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며 운영비용(OPEX)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간절기 또는 겨울철의 낮은 외기 온도를 활용하는 구조로 공기와 냉수의 열교환을 통해 압축기 가동율을 낮춤으로써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올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솔루션의 한가지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수용 범위도 300~2200kW까지로 넓어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하기 적합하다. 프리쿨링 냉동기 외 댐퍼의 조작을 통해 외기를 서버룸으로 직접적으로 유입시켜 온도를 낮추는 직접 외기 방식의 프리쿨링도 존재하나 공기의 질과 습도 등 외기 환경에 따라 서버룸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가동 할수 있는 조건과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존재 한다.
프리쿨링 냉동기의 궁극적 장점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압축기 사용량을 줄여 전통적인 공랭식 냉동기를 사용한 경우보다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통적 공랭식 냉동기를 사용한 경우 보편적으로 전력사용효율성(PUE)이 평균 1.5를 넘는데, 프리쿨링 냉동기를 사용할 시에는 평균 PUE 1.2를 달성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쿨링 냉동기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냉동기와 FWU(Fan Wall Unit)로 구성된 데이터센터에서 이번엔 AI의 가속화로 인해 고밀도 서버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액체 냉각(Liquid Cooling)의 솔루션이 요구 되어 지고 있다. GPU의 성능 향상으로 인해 TDP(Thermal Design Power)가 올라감에 따라 칩에서 요구되는 물 온도는 향후 ASHRAE의 S-Class의 가이드에 따라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예상에 따라 냉동기가 여전히 안정적인 FWS(Facility Water System)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이 발생될 것이다.
앞서 설명한 액체 냉각(Liquid Cooling)의 기술은 크게 서버의 칩에 직접 냉수를 공급하는 DTC(Direct To Chip)와 서버를 액체에 담궈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요구에 따라 마침내 서버룸 내로 액체를 공급해야 되는 상황이 코 앞까지 온 것이다.
현재로써는 DTC의 냉각 방식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혀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선도국인 미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사용해오던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이다. 이러한 액체 냉각(Liquid Cooling) 기술은 랙당 발열량이 50kW를 넘어가게 된다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되는 기술이다. 또한, 50kW 미만의 고밀도의 서버룸의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공랭식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그 외 높아지는 랙의 밀도를 대응하기 위해 인로우 쿨링 시스템(InRow Cooling system)과 리어도어 유닛(Rear Door Heat Exchanger)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기술들이 국내에 도입 및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패시브에서 액티브로, 설비도 ‘지능화’ 중
기존에는 온도·습도를 맞추기 위한 단순 제어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설비 운영도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능동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조 설비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 배전, DCIM(Data Center Infrastructure Management) 등 전반적인 인프라와 연계되어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화된 설비’가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항온항습과 쿨링시스템을 관리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쿨링 옵티마이즈(Cooling Optimize)’는 데이터센터의 각 요소에 부착된 센서가 여러 스팟을 측정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기반의 머신러닝을 통해 각각의 랙(Rack)에 전달되는 전력과 발열을 감시한다.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냉각장치의 운영 최적화를 도와 전력비용을 최대 20% 절감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특히 쿨링 옵티마이즈 소프트웨어는 모든 냉각장치가 전 랙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다음 사용에 수집된 정보를 이용하면서 모든 랙에 적절한 냉각량을 제공한다. 냉각장치의 설정과 공기 흐름 자동 조정을 통해 최대 98%까지 핫스팟이 제거되고, 냉각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쿨링 옵티마이즈’를 적용한 일본 통신사의 데이터센터 2곳은 연간 7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고, 미국 통신사의 24개 데이터센터는 연간 5500만 kWh를 절감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단순 냉각을 넘어, 지속가능한 설비로
이제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열을 식히는 곳’이 아닌,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Net-Zero)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냉각 설비에도 탄소중립을 고려한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냉매의 온실가스 지수(GWP)가 낮은 친환경 냉동기, 열 회수 기술, 외기 냉방 시스템(Free Cooling), 심지어는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설비 구성 등은 이미 주요 데이터센터에서 채택되고 있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에는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냉각 기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랙 구성에 대응하기 위해, 냉수 기반의 정밀 냉각 시스템과 함께 DCIM 기반의 예측 분석 기술을 도입해 냉각 효율을 대폭 개선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설비 투자 이상의 결과를 창출하며, 예측 가능한 운영 및 유지보수 관리가 가능함으로써 운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냉각 설비는 비용이 아니라, ‘가치’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기술은 더 이상 후순위 설비가 아니다. 고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ESG 경영을 실현하며, 에너지 효율이라는 목표까지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기반이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이 설비들은, 이제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이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